애견인 수필
제목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저 우라미는 지난해 10월 말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하직하고 지금 천국에서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세상에 태어난 후 만 15년을 살아오면서 펫저널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제가, 펫저널과 독자여러분께 보고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저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 / 남천희 애견 칼럼니스트
우선 먼저 그동안의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3년간을 아빠와 저 둘만 서울에서 살고 있던 것은 잘 아시잖아요, 추석 얼마 전 목요일 저녁 아빠가 전기통닭 한 마리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아빠도 저도 아주 맛엤게 먹었으나, 저는 오랜만에 너무 과식한 바람에 배탈이 났고, 이튿날은 심한 설사 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헛구역질과 고열로 하루 종일 고생을 했는데, 퇴근 후에 귀가하신 아빠는 제게 운동을 시켜주면 기(氣)도 살아나고 식사도 잘 하겠지 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만, 저는 아빠의 생각과는 달리 배가 너무 고프고 허기져서 아주 무기력한 상태였던 거죠. 모든 것이 빨리 한 순간에 진행이 되더군요. 그렇게 통통하던 제 허벅지살도 벌써 풀렸지 휘청휘청 거리며 자꾸만 자빠지곤 합니다. 그때가 마침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라 동물병원은 벌써 닫혔어요. 그러나 그게 제 운명을 바꾸게 된 동기가 될 줄은, 저는 물론 아빠도 모르셨던 것입니다. (그냥 병원만 열렸으면 지금 제가 천국에 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일이 한번 꼬이면 계속 더 꼬입니다. 이튿날 내 상태가 아직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신 아빠가 외출하신 것 까지는 좋았으나, 아주 늦게 그것도 술이 많이 거하신 상태에서, 배고프면 먹겠지 하며 아침에 주고 간 환자(?)용 영양식인 부드러운 육포, 미움, 물 등을 제가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것을 발견하자, 한참 생각하시던 아빠는 우유를 주셨습니다. 기껏해야 소주잔으로 한잔 정도밖에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것은 전혀 입에도 대기 싫은데, 우유는 글쎄 확 당기더군요. 제가 우유 한잔을 쉽게 해치우자, 아빠는 에라! 한잔 더 먹어라 하면서 또 주셨고. 저도 바보였죠, 한잔 더 달라고 조르고 또 조르고, 그래 또 한잔하고, 자꾸 먹다보니 글쎄 작은 잔이지만 다섯 잔을 먹었던 것입니다. 아빠는 술이 취해 그러셨고, 저는 저대로 배고픔과 갈증으로 정량을 엄청나게 많이 초과한 겁니다.(아빠가 술만 안 드셨으면 우유를 그렇게 많이 안 주셨을 거고 지금 제가 천국에 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주말이 항상 더 바쁜 아빠는 벌써 어딘가로 나가시고, 그때부터 겪은 저의 고생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제 그제 이틀동안 겪은 것보다도 열배 백배나 심한 복통과 고열과 어지러움으로, 하루 종일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때 쯤 아빠가 오셨습니다. 동네 단골병원에 가서 치료제와 영양제를 섞었는지 링거 한 병을 맞으니 겨우 진정은 되었으나, 게 다 나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상한 것이 사료이던 영양식이던, 이제는 물이고 우유까지도 다 먹기 싫으니 그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엄마와 살 때는 약이나 미움 등을 요령껏 쉽게 먹여 주셨는데, 아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못 하시거든요. 링거를 맞으면 우선은 기가 살아납니다만 무엇이던 억지가로 먹어야 낫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자꾸 몸이 더 아파지는 건가 봅니다. 그러다가 또 병원가고, 그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링거에만 의지하며 한 달을 버텼습니다만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이제는 몸무게가 2Kg도 안 되게 줄었어요.(엄마만 같이 계셨다면 지금 제가 천국에 와 있을 리가 없겠지요!)
마지막 날 수의사가 제게 들릴까봐 아빠에게 속삭이듯 하는 말이, 제가 나이가 많은대다 몸무게까지 많이 줄어들어 체력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에서, 큰개와는 달리 저와 같은 소형견은 병이 순식간에 빨리 진행될 수 있으며, 사람고 짐승이고 음식을 거부하면 그때는 다 죽게 되거나, 줄을 때가 가까워진 것이라는 말이 심한 고통 속인데도 나지막게 들려오며 거의 동시에, 아픈 숨을 깊게 들이켠 후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끝으로 저를 최고의 사랑으로 끝까지 행복하게 길러주신 아빠의 품에서 영원히 세상을 하직했던 것입니다.
펫저널 독자여러분! 저는 만 15년 동안을 자유롭고 건강하게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발병한지 1개월쯤 좀 고생은 했지만 병원치료를 한 달이나 받으면서 아빠의 품서 조용히 삶을 마감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저도 고생이지만 여러 사람들을 길게 고생시켜 가며 살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으로 치면 아흔 살은 넘긴 것도 같고요. 저의 마지막 인사를 이제 드립니다. 독자여러분께서 앞으로도 반려동물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더 가져 주시는 것고요, 또 여러분들이 그렇게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울러 좋은 세상에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오래오래 사시다가 모든 분들이 천국에서 저와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천국에서 홍 우 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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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후기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여 우라미를 건강하고 즐겁게 키웠다고 자를 해 왔습니다만, 다른 가족들과 같이 살 때는 왁자지껄 재미나게 살던 우라미가,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며 살며 심한 우울증로 고생한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정시에 귀하면 꼬리를 치며 반겨주고 식사도 같이 하며 재롱을 피우는데, 자정쯤에 오면, 왜 이렇게 늦게 귀하 하냐며, 2-30분이나 짖어댑니다. 성질이 나서 으르렁 거리며 식사도 저 혼자는 안 먹습니다. 그래서 늦을 때는 같이 먹을 별식을 사다 먹은 것이 우라미가 죽음에 이른 첫 번재 이유이며, 체한 것(병)을 안하게 생각한 것이 두 번째 이유이며, 노견(老犬)체 대한 무지(無知) 등이 어우러져 아직도 3-5년은 충분히 건강하게 재미나게 더 살 수가 있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우라미와 살 때도 우라미를 천국에서 다시 만나 같이 살기를 정성껏 기원했으니, 꼭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애견장례식장에는 입관예절이나 화장의식을 기독교식이나, 불교식으로, 또는 원불교식 등으로 각자에 맞춰 진행할 수 있도록 성경이나 불경 등을 갖춰놓고 있며, 화장 후 탈과 분쇄상를 일일이 보여주며 격에 맞게 검은 옷과 흰 장갑을 착용하며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화장완료 후 유골을 지름 10cm 정도의 조그만 청자항아리(흙에 묻으면 유골과 같이 자연으로 돌아간다 함)에 넣어서 하얗고 예쁜 보자기로 정성을 다하여 포장해 주는 것이 제가 실제로 우라미 사후에도 최선을 다한 것처럼 느꼈습니다. 참고로 저는 러시아에서 가족들이 2월초에 다니러 나올 때까지는 집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나, 아침과 저녁으로 안녕 인사하면서 다니는 것도 오히려 의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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